[청년 아카데미 19] 보수의 재기가 어려운 이유2 : ‘반북의 굴레’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누구나 예측하고 있다시피 한반도 지형에서 혁명적 면화가 불가피해진다.

손종표 기자 | 기사입력 2020/10/05 [16:23]

[청년 아카데미 19] 보수의 재기가 어려운 이유2 : ‘반북의 굴레’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누구나 예측하고 있다시피 한반도 지형에서 혁명적 면화가 불가피해진다.

손종표 기자 | 입력 : 2020/10/05 [16:23]

 

[청년 아카데미 19] 보수의 재기가 어려운 이유2 : ‘반북의 굴레’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누구나 예측하고 있다시피 한반도 지형에서 혁명적 면화가 불가피해진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보수의 생존 비책 가운데 하나는 분단 체제를 적극 이용하는 것이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부각시키거나 북한과의 대결을 고취시킴으로써 그 세를 최대한 결집하고 지반을 넓히는 것은 보수 생존 전략의 알파요 오메가였다. 이러한 보수 생존 전략은 뿌리가 매우 깊다.

1945년 일제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되자마자 38선이 그어짐으로써 한반도는 분단 위기에 놓였다. 결국 분단으로 치닫고 말았는데 그 책임을 둘러싸고 아직까지도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보수 학계는 분단을 주도한 것은 북한 공산주의 집단이라고 단정한다. 반면 진보 학계서는 미국과 이승만이 분단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한다. 논쟁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 관계를 들이대며 복잡하게 전개되어 왔다.

하지만 당시 정치 지형과 그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난다.

한반도 전체를 볼 때 당시 대중 장악력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던 세력은 좌익이었다. 무엇보다도 인국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던 농민들이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농민들은 토지 분배 약속이라고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좌익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승만과 그의 친위세력을 자처한 친일파 모두는 대중적 영향력이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승만은 오랜 해외 망명 생활로 국내에 이렇다 할 기반이 없었고, 친일파는 대중 사이에서 한낱 혐오 대상에 불과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남북 총선거를 통해 통일정부를 수립한다면 승리는 좌익 혹은 좌익이 주도하는 세력에게 돌아갈 것이 명확했다. 이승만이 정부 수반에 당선될 확률은 거의 없었으며, 통일정부 수립 이후 친일파 단죄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통일정부로의 직행은 이승만과 친일파 모두에게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새로이 태동한 보수 세력도 의연히 이승만의 분단 논리를 수용했다.

 

 

 


이승만은 이 모든 것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았다. 이승만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우선한다면 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한과 북한의 좌익 세력이 단절될 것이고 이승만과 친일파는 남한 좌익만 상대하면 되었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는다면 남쪽 좌익 세력을 제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한 다음 적절한 시기에 북한마저 무력으로 제압하면 자신이 주도하는 통일국가를 달성할 수도 있었다. 이승만에게 최선이자 유일한 카드는 ‘선분단 후통일’이었던 것이다. 이승만은 계산 끝에 1946년 6월 정읍에서 남한 단독정부 수립 필요성을 천명한 후 1948년 미국의 강력한 지원 아래 자신과 친일파가 주도하는 단독정부 수립에 성공했다.

이승만의 노선은 박정희 시대를 거쳐 그 이후까지 멈추지 않고 재생산되었다.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새로이 태동한 보수 세력도 의연히 이승만의 분단 논리를 수용했다. 이승만의 단독정부 추진은 오늘의 대한민국 초석을 놓은 위대한 선택이었다. 보수 세력은 이승만이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한반도 전체가 공산주의 지배 아래 놓이면서 오늘날의 북한처럼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는 보수 세력 정체성 형성에서 대단히 중요한 구성 요소였다. 보수 세력은 통일 정부로 직행했다면 한국전쟁도 일어나지 않고 지금의 북한도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보수 세력은 분단체제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박근혜가 주도한 좌우 프레임도 기본적으로는 분단 체제를 이용한 것이었다. 단적으로 좌파를 최대한 헐값에 매도하기 위해 동원된 표현이 ‘종북좌파’였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 세력이 북한을 마냥 적대시하고 경계하면서 통일까지 포기했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 시대에 통일은 지극히 불순한 언표였다. 당시에는 북한이 무척 성장하고 있던 시절로 여러모로 남한을 압도하고 있었다. 통일은 곧 북한 주도의 한반도 재편으로 이해되기 쉬웠던 것이다. 당시 박정희 정부를 지배한 것은 통일의 전제로서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비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크게 커졌다. 소련 사회주의권 붕괴 여파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도 심화되었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하며 체제 존립마저 위태로울 정도가 되었다.

보수 세력은 남북 간 체제 경쟁이 남한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고 확신했다. 남은 것은 북한의 체제 붕괴를 재촉해 남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는 것뿐이었다. 그에 따라 보수 세력에게 통일은 경계 대상에서 적극적 목표로 바뀌었다. 김영삼 · 이명박 · 박근혜 정부가 내리 이러한 관점에서 대북 정책을 펼쳤다.

김영삼 정부는 북한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곧 체제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에 따라 김영삼은 북한 체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시도를 모두 배격하고 대결과 압박으로 일관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모두 통일에 적극적이었다. 이명박은 통일세 신설을 제기했고, 박근혜는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동원한 방법은 체제 붕괴를 재촉하기 위한 대북 압박이었다. 이명박은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키고 개성공단 추가 투자를 금지시켰다. 박근혜는 개성공단을 아예 폐쇄시켰다. 계기가 무엇인지를 떠나 대북 압박 차원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보수 세력이 기대했던 북한 체제는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의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 도리어 ‘체제 경쟁은 끝났다’는 보수 세력의 확신을 뒤집는 사태가 발생했다. 북핵 프로그램이 향해 치달은 것이다.

핵 프로그램은 핵물질(플루토늄, 농축 우라늄), 기폭장치, 운반 수단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핵무기를 목표 지점으로 실어 나르는 운반 수단으로는 전략 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세 가지가 있는데 북한은 전략폭격기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에 집중했다.

북한은 수소폭탄급 핵무기와 이를 미국 본토까지 실어 나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완성에 성큼 다가섰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새벽 미국도 인정한 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 핵무력 완성을 공식 선언했다.

어느 언론인 표현대로 핵무기는 불리한 정세를 일거에 뒤집을 ‘마법의 절대반지’와 같은 것이었다. 그 어떤 재래식 군사력도 핵무기 앞에서는 위세를 잃는다. 경제력에서는 여전히 남한이 압도하고 있지만 군사력에서 북한이 압도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체제 경쟁은 끝난 게 아니었다.

북한의 핵 개발은 핵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인류 보편 가치를 위배한 것이라는 점에서 ‘나쁜 선택’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이 나쁜 선택을 하도록 만든 데는 미국과 한국 정부 책임이 매우 컸다.

1990년대 초 소련 붕괴로 위기감을 느낀 북한은 미국을 향해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특사 파견을 요청했다.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미국은 대북 적대 정책을 군사 전략 유지 지렛대로 삼고 싶어 했다. 비슷하나 시기 중국은 한국과 전격 수교하면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을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북한이 믿고 의지할 나라는 지구상 어느 곳에도 없었다. 북한은 그대로 있다가는 체제 붕괴로 피할 수 없다고 보았다.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 개발을 선택했다. 미국과 한국 정부의 반복되는 압박 정책은 핵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더욱 강화시켜주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 밀고 나갔다. 국제 사회는 핵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을 깡패 취급하며 멸시했다. 각종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난타했다. 북한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북한은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풀을 먹더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발언은 이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분명한 것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처럼 마냥 무시하면서 적대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 아래 그런 태도를 취했던 것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성시킬 능력이 없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최대한 압박과 제재를 추진했고 그로 인해 북한이 상당한 고통을 겪은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대북 압박과 제재는 처음 시도된 게 아니었다. 강도는 다를지언정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되어 왔고 북한은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미국이 떠올리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군사적 해결. 세계 최강인 미국의 군사력을 동원해 북한의 핵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선택 불가능한 카드이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때 내세웠던 명분은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다는 대량살상 무기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이라크가 정말 대량살상 무기를 확보하고 있었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로 미군의 점령 이후 이라크에서 대량살상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 점에서 북한은 이라크와 다른 것이다. 2017년 9월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말처럼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확신하고 있다. 그 핵무기는 실제로 미국의 공격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미국은 결코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

둘째, 암묵적 용인, 북한의 핵 보유를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현상을 유지 · 관리하는 것이다. 이 역시 선택 불가능한 카드이다.

현재 공식적인 핵 보유 국가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을 지닌 5개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이다. 암묵적으로 인정된 비공식 핵 보유 국가는 3개국(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다. 일부 논자들은 파키스탄 모델을 예로 들면서 미국이 핵 보유를 암묵적으로 인정할 가능성을 내비쳐왔지만 신빙성 없는 이야기다. 먼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무기 모두 미국을 직접적 위협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동시에 미국은 이들 나라의 핵 보유를 암묵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분명히 있었다. 가령 파키스탄은 핵 보유를 인정받는 대신 미국의 탈레반 공격에 적극 협력했다.

북한은 전혀 다른 경우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이 처음부터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공언해왔다. 미국 역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 핵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자신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해왔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성은 미국 본토가 상시적으로 핵 공격 위협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국민 역시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서 버틸 수 있는 미국 정부는 없다. 미국이 암묵적으로 북한 핵 보유를 용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없다. 거꾸로 동북아 지역에서 핵 보유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서 미국 이익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미국 핵우산을 전제로 유지되었던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고리가 끊어져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협상을 통한 해결,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이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완성을 바탕으로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뒤 대미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잃은 것은 없고 얻을 것은 무척 많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2018년 접어들어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북미 협상을 적극 추진했다.

북한이 대미협상을 통해 비핵화 대가로 얻고자 하는 것은 체제 보장(적대행위 중단),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경제 보상 등 네 가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화협정 체결은 1953년부터 지속된 북미 간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이다. 네 가지 모두 그동안 북한 체제를 위협하고 압박했던 요소들을 해소시키는 것들이다.

북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고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전 과정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어느 정도 결과는 예상할 수 있다. 북미 협상은 타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어떤 조건에서든지 북미 관계는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입장에서 관계 정상화를 바탕으로 북한을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달리 출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누구나 예측하고 있다시피 한반도 지형에서 혁명적 면화가 불가피해진다.

휴전협정 양 당사자라는 점을 통해 법리적으로 명시되어 있다시피 한반도 군사적 대결의 양 측은 북미 두 나라였다. 바로 그 북미 간 군사적 대결이 종식됨으로써 한반도는 전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주한미군의 존재 의미 또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철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북미 두 나라는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최대한 친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교적 고립으로부터 탈피함으로써 국제무대에 진출해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고자 할 것이다.

북미관계 개선에 발맞춰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한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 북한은 경제 부흥 원군을 찾아 남북협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재개되고 원래 계획대로 정상화될 것이다. 애초 계획은 800만 평의 공간에서 70만 명이 일을 하는 것이었다(이명박 정부 시절 5 ‧ 24조치로 대북 투자가 금지되면서 2014년에는 5만 5,000명만 일을 했다). 유사한 모델이 연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무현 정부 때 계획되었던 남북 철도를 시베리아 횡단 철도로 잇는 사업이 추진되고,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도 건설될 수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남한과 북한은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관계 속으로 진입할 것이다. 남북이 대결 국면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각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이 보복 조치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닫아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에너지 전환 정책 바람을 타고 발전소 상당 부분이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마당에 그로 인한 타격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국민의 절대 다수는 남북관계의 무조건적 발전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대북 압박 같은 용어는 사전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질지 모른다. 유권자 절대 다수는 남북 관계를 발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진보 정부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반면 남북관계 대결 국면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큰 보수 정부는 극도의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지금의 진보, 보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북미 ‧ 남북관계 변화에 발맞춰 북한과 일본의 관계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일관계 개선은 상당한 액수의 식민지 배상금을 포함해서 일본 자본의 북한 진출을 촉진할 것이다. 이를 포함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북한은 경제적 도약을 이룰 충분한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핵 프로그램에 기반을 둔 군사력이 북미 ‧ 남북 ‧ 북일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경제력으로 전환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이 끝난 게 아님을 보다 뚜렷이 확증해주는 지점이다.

한반도 지형의 혁명적 변화 앞에서 보수 세력은 자중지란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세력이 단일한 입장에서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들이 그토록 믿고 의지하며 따랐던 미국이 북한과 친해지는 사태 앞에서 보수 세력은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단 말인가?

현명한 보수는 현실 변화를 직시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반면 낡은 보수 세력은 미국의 대북 관계 개선 추진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나, 그것은 어리석은 시도로 끝나고 말 것이다. 미국이 한국 보수 세력의 입지를 고려해 워싱턴이 핵 공격에 노출되는 것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낡은 보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태되는 세력이 될지도 모른다.

보수 세력은 혼미를 거듭하다가 혁신적 보수를 중심으로 재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 전제는 반복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이다. 모체와의 탯줄을 끊는 것만큼 어려운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혁신적인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 재편은 오랜 시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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